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죠. 그러나 그런 쓸모없는 것들을 발견하고, 적절히 손봐 재조명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경기도 수원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고색뉴지엄>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공간은 원래 폐수처리장으로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수원산업단지가 폐수 배출이 없는 첨단 도시형 공단으로 조성되면서 그 역할을 잃게 된 후 10여 년 동안 방치되다 2017년, 산업단지 내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됐죠. 고색뉴지엄이라는 이름도 고색동에 새로움(New)와 박물관(Museum)을 합쳐서 만들었는데요. 버려진 시설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수원갤러리 고색뉴지엄,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수원산업단지 내 폐수장에서 탈바꿈한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고색뉴지엄>
고색뉴지엄은 지상 3층, 지하 1층의 규모로 전시실, 정보 창고, 독서 공간, 창의적 체험 공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먼저 보여드릴 곳은 전시실이 있는 지하 공간인데요. 아담한 독서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폐수처리 시설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북 카페를 연상시켰습니다.
고색뉴지엄의 주요 이념은 폐 산업시설을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그에 걸맞게 전시장 곳곳엔 폐수처리장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습니다. 제 기능을 할 기회도 없이 사라지게 된 건물의 원래 모습을 기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몇몇 시설물들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유리창 너머의 협잡물 종합 처리기, 천장의 파이프, 회색 시멘트벽까지 생소한 것들이 많았는데요. 고색뉴지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전시실 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두 개의 은빛 탱크는 폐수를 처리하던 장치입니다. 전시장과 너무 잘 어울려 작품 전시를 위한 큰 조형물을 보는 느낌이었는데요. 탱크의 외부에는 고색동의 옛 자취와 추억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벽돌 공장이었던 ‘동보연와’도 고색동에 있었다는 사실은 수원 주민인 저도 처음 알았네요.
■ 가을에 만나는 고색뉴지엄 특별기획전 <ACTIVE FILTER 예술 정화 그리고 산업단지>
고색뉴지엄에서는 지난 9월 7일부터 12월 9일까지 열리고 있는 ‘2018 고색뉴지엄 특별기획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ACTIVE FILTER 예술 정화 그리고 산업단지>라는 이름을 단 이번 전시는 해당 공간이 과거와 현재에 가지는 ‘정화’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색뉴지엄이 과거 산업 폐수를 정화하던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예술로 정신적 정화와 위로의 역할을 하는 필터가 된다는 의미로 기획됐죠. 현세대의 문제점과 그 속에서 느끼는 아픔, 외로움, 그리고 재생되는 모습을 실험적인 복합 예술 매체로 재해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색뉴지엄 전시장 내부 전경]
이번 전시는 문화 재생공간인 고색뉴지엄의 가치와 잘 어우러져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요. 전시에서 만난 작품들 모두 작가 고유의 개성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변화와 움직임이 있는 동적인 작품들이거나, 시각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죠. 성인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아이들도 눈에 보이는 그 자체로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투박하면서도 거친 느낌의 전시장이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들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답니다.
■ 버려진 것의 가치를 체험하는 고색뉴지엄의 주말 교육 프로그램
고색뉴지엄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 어린이·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버려진 곳이 새롭게 탄생한 고색뮤지엄의 정신에 맞게, 주말 프로그램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 친화적인 교육들로 준비돼있습니다. 교육은 모두 무료로, 선착순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됩니다. 수업 주제는 매주 변경되는데요. 매월 첫째 주에는 자연을 그리는 생태체험 놀이터 ‘톡톡’, 둘째 주에는 생활 속 업사이클링 ‘다시 만나는 세계’, 셋째 주에는 어린이 도자 체험 ‘나만의 소품 만들기’로 이뤄집니다. 수업마다 권장 연령과 교육 시간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수업에 관심이 있는 분은 고색뉴지엄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링크: 고색뉴지엄 블로그
이런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안 해볼 수가 없겠죠? 그래서 저도 얼마 전 고색뉴지엄에서 진행된 생활 속 업사이클링 ‘다시 만나는 세계’ 수업에 다녀왔는데요. 먼저 리사이클링(re-cycling)과 (up-cycling)의 차이에 관해서 설명을 듣고, 우리네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에 대해서도 배워보았죠.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는 업사이클링의 의미처럼, 상상 외의 멋진 예시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날은 폐목재를 활용해서 로봇아이 메모홀더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던 조그만 자투리 나무가 아이들 손에서 다듬어지고 색칠돼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알찬 프로그램까지 체험하니, 우리 주변에서 하찮게 버려지는 물건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죠.
앞으로도 고색뉴지엄은 재생과 순환에 관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지역 작가의 전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고색뉴지엄에서 유익한 프로그램도 수강하고, 전시회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나도 몰랐던 버려진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파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가족들과 함께 신선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고색뉴지엄에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고색뉴지엄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