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입니다. 그 중에서도 수원 행궁동은 정조대왕이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백성과 더불어 살고자 건설한 수원화성의 보금자리로, 수원의 역사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수원시는 선선한 가을이 돌아오면 행궁동을 중심으로 전통문화 관광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를 열어 정조대왕 능행차, 혜경궁 홍씨 진찬은, 수원 등불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합니다. 오늘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체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수원화성의 역사를 더욱 가까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함께 떠나보실까요?
■ 왕이 사랑한 마을, 행궁동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은 행궁동을 비롯해 화성행궁 인근의 골목 구석구석을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입니다. 평소 놓치기 쉬웠던 숨겨진 장소를 관광하고, 해당 역사를 골목 해설사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골목 여행코스는 총 3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1코스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길’, 제2코스는 ‘오랜 역사가 살아있는 길’, 제3코스는 ‘삶과 예술이 움직이는 길’로, 취향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습니다.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은 해설사 1명당 최소 5인에서 최대 15인까지 배정됩니다.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인 정오를 제외하고는 정각마다 투어가 시작되니 가능한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하시면 됩니다. 비용은 무료이며, 온라인에서 사전신청 후 현장투어가 진행됩니다. 또한, 투어 중 유로로 운영되는 체험코스를 선택하실 수 있는데요. 가죽공예, 칠보공예 등 매 월마다 특색있는 체험이 진행되니 해당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링크: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안내
■ 역사 스토리텔러와 함께 떠나는 살아 숨쉬는 골목여행
자녀들과 함께한 저는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와 근대의 역사가 공존하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제2코스인 ‘오랜 역사가 살아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시작 시간에 맞춰 행궁동 광장 옆 수원화성 관광안내센터에 도착하니, 오늘 하루 알찬 해설을 해주실 조정선 스토리텔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궁동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로 풀어내 흥미진진하게 전달해 줄 선생님을 뵈니 참 설레었는데요. 본격적으로 해설사 선생님과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12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 신풍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이 시작됐습니다. 현재 신풍 초등학교는 화성행궁 2차 복원 사업으로 인해 근처 광교신도시로 이전하여 전통을 잇고 있는데요. 재미난 그림이 가득한 담벼락 갤러리를 지나 조용한 분위기의 복수동 성당에 들어섰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역사가 깊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곳은 1932년 건립한 수원 최초의 고딕 양식 건물입니다. 안내 책자를 보는 것보다, 해설사 선생님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하니 어려운 역사도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다음으로 개성 있는 팔부자 거리로 향했습니다. 팔부자 길목에서는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을 느낄 수 있는데요. 굴비 벽화, 비단가게 벽화 등에는 정조께서 수원의 경제를 활성화하려 한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 상인들을 초청해 수원의 경제를 활성화하려 한 노력이 그림 곳곳에 증거처럼 남아있죠.
그 옆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의 ‘금보여인숙’이 위치해 있습니다. 70~80년대 우시장이 있었을 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예술공간이자 대안공간인 ‘눈’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을 양성하며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잠깐 스쳐갔지만, 다음에 제대로 방문해 젊은 작가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프로젝트, 작품들을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이곳의 다양한 벽화에 초점을 두어, 벽화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주셨죠. 행궁동에는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제2코스의 마지막인 화홍문에 도착했습니다. 화홍문은 수원천의 범람을 막는 동시에 적군도 방어하는 수원 화성의 북쪽 수문입니다. 화홍문 뒤의 방화수류정은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요. 화홍문의 7개 수문에서 힘차게 물을 흘려내는 모습을 방화수류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화성 팔경 중 하나라고 합니다. 화홍문의 전경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더욱 운치를 더한다고 하니 어두울 때도 꼭 방문해봐야 할 듯합니다.
오늘 투어에서 큰 역할을 해주신 조정선 해설사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에게 역사논술을 지도하고 계시는데요. 자신의 특기인 역사 분야를 살려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해설사에 지원하셨다고 합니다. 본인의 해설을 통해 수원의 숨은 역사와 이야기를 알아가는 시민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수원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참여로 운영되는데요. 그렇기에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담뿍 담겨있는 해설을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주시는 조정선 해설사 선생님 덕분에 역사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힘든 줄 모르고 60여 분을 걷다 보니 어느새 골목여행이 마무리되었는데요. 그간 수원에 살면서도 깊게 느끼지 못했던 행궁동 문화, 역사의 풍취를 가득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은 가을 이후에도 계속되는데요. 조금 더 알차고 똑똑한 수원을 즐기고 싶다면,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진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