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에는 많은 예술가가 모여 작품활동을 하는 공방길이 조성돼 있습니다. 바로 ‘아름다운 행궁길’이라고 불리는 공방거리인데요. 소위 행궁동 공방거리로 불리는 이곳에선 다양한 분야의 공방 작가들이 작업과 전시를 선보입니다. 공예품도 판매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까지 제공하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죠.
오늘은 수원만의 특색 있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행궁동 공방거리에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이 개관했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가 그 주인공인데요.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육성하고 시민과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공간입니다. 각종 전시는 물론, 전원주택을 개조해 아름다운 조경까지 선사하죠. 아직 붐비지 않아 연인과 한가로이 거닐며 데이트 하기에 좋답니다. 그럼, 수원 데이트코스로 추천하는 열린문화공간 후소로 함께 가보실까요?
■ <열린문화공간 후소>에서 만나는 옛 그림의 매력!
‘후소’란 수원 남창초등학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 선생의 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오주석 선생은 우리의 문화유산과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힘을 쓴 인물인데요. 조선 후기 화가들을 주 연구대상으로 하여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옛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열린문화공간 후소는 그의 친절한 설명으로 가득 채워져 있죠. 그림 하나를 감상하더라도 새로운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답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에 본격적으로 입장해봤습니다. 모두 무료로 입장하실 수 있으며, 신발을 벗고 이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1층에는 전시실과 교육실이 마련돼 있는데요. 작년 12월 31일까지는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이라는 개관 기념 전시가 진행됐습니다. 일반 미술관처럼 그림만 걸려있는 것이 아닌, 오주석 선생의 설명이 덧붙여져 더욱 특별한 전시로 다가왔습니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송하맹호도를 한번 볼까요? 송하맹호도는 소나무 아래의 호랑이가 경계하듯 서 있는 그림인데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 그림의 정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긴장된 마음에 휘어져 올라간 허리는 정확히 그림의 정중앙을 향했고, 쭈뼛쭈뼛 서버린 털들의 섬세함이 압도적이죠. 그림에서 뛰쳐나올 듯한 생동감과 위엄 있는 자태가 참 인상적입니다.
이곳에는 친절한 큐레이터 분이 상주하고 있어 그림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주십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열린문화공간 후소가 자리하고 있는 터의 유래까지 알려주셨는데요. 본래 드라마 촬영지로 이용되던 남창동 99칸 가옥터 중 하나였지만, 수원시가 매입한 이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좋은 터이기 때문에 2019년을 시작하기에도 안성맞춤인 듯했습니다. 무엇보다 따사로운 햇살이 통유리로 들어와 추운 겨울에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이어지는 방에서는 그림과 해석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점의 옛 그림과 오주석 선생이 책에 쓴 문장을 슬라이드 형태로 보여줬는데요. 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오주석 선생의 끊임없는 노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자세한 설명을 접한 경험이 없었기에 그간 눈으로만 봐왔던 그림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오주석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느끼는 한적한 여유
2층으로 올라가면 휴게실과 오주석 선생의 서재, 그리고 열람실이 조성돼 있습니다. 오주석 선생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한국의 미(美) 특강’, ‘단원 김홍도-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화가’ 등 다양한 미술 서적을 저술했는데요. 이 중 ‘한국의 미(美) 특강’은 4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그의 서재를 생생하게 재현해놓은 이곳은 오주석 선생이 생전에 남긴 저서와 수원시에 기증한 미술사 연구 자료가 그대로 남아있답니다.
다른 한쪽 방에는 다양한 책들이 비치돼 있었습니다. 마치 도서관처럼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어볼 수 있었죠. 편하게 읽고 싶은 책을 꺼내어 잠깐 휴식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했습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데다, 큼직한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이 참 기분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수원시 데이트코스로 추천하는 열린문화공간 후소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비록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전시는 끝났지만, 이번 전시를 초석 삼아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예술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가까운 시일 내 방문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또한, 인근 공방거리를 거닐며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시는 것도 괜찮은데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한 한옥도 만나볼 수 있으니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열린문화공간 후소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