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는 새하얀 잎을 피워내며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3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봄 나들이를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에 찾아간 곳은 이미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던 <행궁동 골목박물관>입니다. 과거의 향취가 묻은 물품을 다양하게 전시해, 남녀노소 추억 여행을 즐기기 좋은 장소죠. 수원 행궁동 골목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그곳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 광덕상회 아저씨, 기와집 할머니… 수원 행궁동 주민들의 삶을 소중히 기록한 <행궁동 골목박물관>
행궁동 골목박물관의 개관에는 숨겨진 비화가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1920년도에 지어진 묘수사라는 사찰이었는데요. 목탁 소리로 골목을 지나가는 보행자들에게 새벽 4시가 됐음을 알려 ‘똑딱절’이라고 불렸습니다. 마을의 시계탑 역할을 한 것이죠. 하지만 세월이 지나자 사찰은 점차 방치됐는데요. 2018년 12월, 골목 박물관으로 재탄생해 수원 시민에게 개방되고 있습니다.
골목박물관으로 입장했습니다. 입구의 팜플렛에는 ‘당신의 오늘도 기록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혔는데요. 수원 시민들이 행궁동 골목에 남긴 삶의 자취를 세심하게 표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마을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죠.
전시품은 대부분 소박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선풍기, 밥그릇, 사진, 괘종시계, 밥솥, 반짇고리 등이었는데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흔적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잠시 추억에 잠겼죠.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눈을 빛냈습니다.
한쪽에는 수원 토박이 어르신들의 삶을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이곳에는 그분들께서 평소 소중히 여겼던 물품들이 놓였는데요. 모두 한 사람의 일생을 드러내는 흔적들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됫박, 가게 한 켠을 든든히 지켜줬던 금고, 자식들 사진으로 가득한 철제 비타민통, 오래된 카메라, 빛바랜 앨범 등이었죠. 생면부지의 어르신들이었지만 차분히 전시를 감상하자 금세 눈물이 났습니다.
■ 흑백 사진과 영상으로 기억하는 행궁동 마을의 역사
행궁동 골목박물관은 옛 공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신풍초등학교도 그 중 하나인데요. 122년간 행궁동에 위치하다 다른 지역으로 터를 옮긴 곳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전시품의 가짓수도 많았는데요. 교과서와 레코더, 분필, 학교 종 등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개구쟁이들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찍은 흑백 사진도 전시됐죠.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이것 저것 가리키며 호기심을 마음껏 드러냈습니다.
별관에는 ‘행궁동 인생 극장’이라는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어르신들이 육성으로 마을의 역사를 전달하고 계셨죠.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음식을 나눠 먹었던 그 시절의 풍경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는데요. 과거 행궁동이 얼마나 주민들의 온기로 가득찼던 공간인지 체감했습니다.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마음 속으로 스며든 느낌이었는데요. 우리네 공동체가 다시 이러한 모습을 복원하길 소망했습니다.
■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옛 노래로 만나는 추억
[작사가 최순애 선생의 생애가 기록된 자료들을 둘러보는 모습]
작사가 최순애 선생의 일생을 기록한 공간도 마련됐는데요. 그녀의 대표작은 ‘오빠 생각’이라는 동요입니다.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라는 가사로 대중에게 알려졌죠.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의 출판 편집자인 최영주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1925년에 발표돼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투박하면서도 순수한 언어를 사용해 여전히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박물관은 일제 강점기 시기의 잡지책들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수필 잡지 ‘박문’의 영인본도 만날 수 있으니 꼼꼼히 둘러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박물관 출구에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48시간 행궁동 여행’이라는 안내판이 게시됐습니다. 관람객이 작은 전시관의 영역을 넘어, 행궁동 골목 전체에서 옛 자취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듯했죠. 여러분도 행궁동 골목박물관을 시작으로 뜻깊은 추억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행궁동 골목박물관 가는 길]
■ 추억 여행을 끝내기 아쉽다면, 달고나 카페에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추억 여행의 종착지는 달고나 카페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맛있는 달고나를 만들 수 있는 장소죠. 가게 안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보물들로 채워졌는데요. 두더지 게임기부터 귀여운 인형, 캐릭터 스티커까지, 동네 문방구에서 한번쯤 마주쳤던 물건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죠.
저희도 달고나를 만들어 봤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 몰래 달고나를 굽다 국자를 태운 기억이 한번쯤 있으실 텐데요. 설탕이 뭉치기 전에 젓가락으로 깨며 열심히 저어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합니다. 사장님께서는 손수 달고나를 휘저으며 아이들을 도와주셨는데요. 사고가 나지 않도록 팔을 받쳐 주기도 하셨습니다. 사려 깊은 마음씨가 전해졌죠.
사장님께서는 예쁜 모양이 나오도록 조각 틀을 꼭꼭 눌러 찍으셨는데요. 손을 톡 대자 금세 별처럼 반짝 빛나는 달고나가 완성됐습니다. 장난감 시계 선물은 덤이었죠. 행궁동 나들이 마지막에 달고나 카페를 방문하면, 달콤한 과자와 함께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달고나 카페 가는 길]
이웃집 대문 색깔, 밥상 위 수저 개수까지 알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네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사랑방이었는데요. 수원 행궁동 골목박물관을 돌아보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삶도 간접적으로 체험했죠. 여러분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즐거운 추억 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