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을 지나 가을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낭만적인 문화 예술을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계절인데요. 마침 행궁동 벽화마을에 위치한 <예술공간 봄>에서 특별한 전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찾아갔습니다. 비밀 공간 같은 전시실에서 국내 예술 작가들의 회화 작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이곳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 행궁동 골목에 예술의 씨앗을 심다, <예술공간 봄>
[예술공간 봄 내부로 입장하는 모습]
예술공간 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행궁동 벽화마을에 위치한 비영리 전시관입니다. 본래 1980년대부터 방앗간, 오락실, 건설사무소, 가정집 등으로 쓰이다 현재의 모습으로 리모델링됐는데요. 현재는 신진 작가들의 활동 기반을 마련해온 ‘전시공간 눈’의 주도적인 기획 하에 다채로운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행궁동은 아름다운 예술 마을로 재탄생하고 있죠.
예술공간 봄은 월요일은 휴관하며,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됩니다. 개인 운영 공간이므로 전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마련돼 있으니 이용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또한,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눈카페, 제일감리교회, 팔달구청, 장안동 공영주차장 등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 영화 ‘해리포터’ 속으로! 비밀스러운 통로를 지나 감상하는 다채로운 예술 작품
예술공간 봄 내부로 들어가 1전시실로 향했습니다. 복도를 통해 따라가자 가장 먼저 나무로 덮인 통로 공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란빛 조명 아래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비밀 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죠. 과연 전시실에는 어떤 아름다운 작품이 놓여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거실과 세 개의 방으로 이뤄진 1전시실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방을 제외하면 모두 창문이 달려 있는데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은 전시 공간 내부를 한껏 밝은 분위기로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놓인 국내 작가들의 회화 작품에서는 더욱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왼쪽 통로를 지나치자 2전시실이 나왔습니다. 이곳 또한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지하실에 있어 바깥의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전시 의도에 맞게 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지하실 특유의 어둑한 공기 아래에서 조용히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죠. 다들 마음의 평안을 찾은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3전시실은 1, 2전시실과 달리 홀 형태의 구조입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전시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내부의 관람객들도 행궁동 골목을 바라보며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게다가 파스텔 톤의 밝은 색으로 디자인된 작품들이 놓여 있을 땐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색다른 인테리어의 전시실에서 미술 작품 감상의 새로운 경험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 <예술공간 봄>의 숨겨진 재미, 즐거운 체험 프로그램과 티타임도 놓치지 마세요
예술공간 봄에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점토 소품 만들기, 봄 미니어처 벽화 그리기, 김래환 작가의 ‘냥이’ 분양하기, 캔버스에 아크릴화 그리기, 에코백 염색 그림 그리기, 폐목재를 활용한 생각꽂이 꾸미기, 인두화 작품 만들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관람객들은 직접 작품을 창작하며 작가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전시실 이외의 공간에도 그들이 손수 제작한 예술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예술공간 봄의 팜플렛은 독특한 디자인의 엽서로 제작됩니다. 게다가 내용도 전시 주제에 따른 맞춤형 정보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술 관련 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글이 아니라 좋았는데요. 이미 종료된 전시의 팜플렛도 구매 가능하니, 집에 기념품으로 가져가고 싶으신 분들은 매대에서 5장을 선택하고 후원함에 1,000원을 넣으시면 됩니다.
예술공간 봄의 2층에는 카페가 마련돼 있습니다. 크고 작은 4개의 방은 모두 엔틱하고 에스닉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데요. 벽에 걸린 그림이나 조형물들의 양이 매우 방대해 또 다른 전시를 구경 온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또한 테이블이나 의자도 매우 고풍스러웠죠. 어디서 촬영하든 특별한 장소에서 연출한 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미자차와 약과를 즐기며 전시 내용을 다시 곱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술공간 봄은 작은 공간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해 관람자로 하여금 충만한 예술의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는데요. 소규모 전시들이 1~2주에 한 번씩 열리며 다양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예술공간 봄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