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는 정말 다양한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4개 구 중 하나인 장안구에 위치한 전통시장만 5곳에 달하는데요. 정자시장, 파장시장, 서문시장, 장안문 거북시장, 조원시장 등 그 이름만큼이나 개성도 남다르기로 유명합니다. 입춘이 지나고 날이 제법 풀리면서 시장 어귀엔 어느덧 인파로 북적북적했는데요. 오늘은 장안구 전통시장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찾는다는 수원 대표 전통시장, 조원시장에 다녀왔습니다.
■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시의 대표 전통시장
수원 조원시장은 빽빽한 빌라와 상가 사이 골목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1975년, 마을사람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간 이어오고 있는 연륜 있는 수원의 전통 시장이죠. 조원시장의 조는 대추를, 원은 동산을 의미하는데요. 원래 이 근방에는 대추나무가 가득해 대추나무동산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현재는 대추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100여 개가 넘는 점포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처음 조원시장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시장 안 곳곳에 준비돼 있는 조원시장 안내지도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림으로 쉽게 표시돼 있어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을 바로 찾을 수 있는데요. 저 역시 조원시장 안내지도를 통해 반찬가게, 정육점, 농수산물가게, 냉면집 등 여러 장소를 잘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조원시장에는 농수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 생소한 식료품 등 살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정육점 등을 둘러보니 값싸고 질 좋은 재료가 많아 골라 사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배고프지 않냐며 생선전과 꼬치, 동그랑땡 등을 선뜻 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후한 시장 인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 오랜 역사만큼 오랜 이야기를 품은 상인들이 반기는 조원시장
이곳의 상인들은 조원시장의 역사와 함께한 분들입니다. ‘서울떡방앗간’이란 이름의 떡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준호 사장님께서는 조원시장이 생겼을 무렵부터 장사를 했다고 하는데요. 딱 제 나이 즈음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세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며느리를 둔 아버지가 됐죠. 때때로 일손을 돕는 자녀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고기인데요. 질 좋은 고기를 보기 위해 ‘돌쇠 직판장’이라는 정육점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다른 상점과는 다르게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어 눈에 띄었습니다. 돌쇠 직판장을 운영 중인 박성현 사장님은 본래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 후 장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인천, 안양 쪽에서 장사를 하다, 2년 전부터 조원시장에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손님들에게 고기 맛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그는 조원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거닐던 와중,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반찬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멈춘 발걸음 앞에는 김복순 사장님이 운영 중인 ‘김가네 반찬가게’가 있었는데요. 이곳에서는 간장게장, 감자볶음 등 여러 반찬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사장님 또한 조원시장에서 10년째 장사 중인 베테랑이었는데요. 손님들께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줄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니 어느새 배가 고파졌습니다. 저는 평소 좋아하는 음식인 냉면을 먹으러 ‘임가네 칡냉면’으로 떠났는데요. 비빔냉면 1개, 만두 1인분을 시켜 먹어보니 음식맛도 음식맛이지만, 곁들여 나오는 육수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목넘김이 일품이었죠.
이곳을 운영 중인 이영숙 사장님께서는 IMF 때부터 내려온 비법이라고 하셨는데요. IMF로 인해 남편이 실직하고, 생활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다고 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손님들이 남김없이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있으시죠.
■ 골목 벽화와 쉼터공간의 매력도 느껴봐요
조원시장의 매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뿐만이 아닙니다. 시장 골목골목에 그려진 벽화도 눈을 사로잡는데요. 알록달록한 조원시장의 벽화는 6년 전인 2012년, 시장의 부흥을 바라는 조원동 주민 500여명과 봉사자들이 1,400여장의 타일에 그림을 그려 만들었다고 합니다. 커다란 손안에 대추가 담겨있는 이 벽화에는 주민들의 소망이 듬뿍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그 외에도 더욱 좋은 조원시장을 만들려는 노력은 골목길과 놀이터, 공중화장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골목 어귀마다 귀여운 홍보물이 붙어 있고, 벽화 옆에는 장을 보다가 쉬어갈 수 있는 쉼터공간이 마련돼 있는데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공중화장실과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도 준비돼 있답니다. 조원시장은 흔하디 흔한 전통시장이 아니라, 가족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곳이었죠.
조원시장을 둘러보며 많은 상인들을 만나보니, 그 분들 중 사연 없는 분이 없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만큼, 시장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보여주셨는데요. 작지만 따뜻한 미소와 정이 넘치는 곳, 조원시장에 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조원시장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