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인명구조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뜨거운 화염과 매운 연기를 떠올릴 테지만, 소방관들은 ‘어둠’을 제일로 꼽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 화재 현장에선 본인의 손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앞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어디에 사람이 있고,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가늠되지 않아 힘겨울 때가 많은데요. 오죽하면 소방관들의 가장 큰 순직 사유 중 하나가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숙련된 전문가조차 위협하는 어둠. 삼성전자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1,000대를 제작해 작년 11월, 소방의 날을 맞아 전국 소방서에 기부했는데요. 기존 열화상 카메라보다 저렴하고 가벼워 열화상 카메라 보급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보급된 열화상 카메라는 현직 소방관인 동두천 소방서 한경승 소방교의 아이디어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힘을 합쳐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죠.
그로부터 4개월 가량 흐른 지금, 삼성전자의 사회공헌이 어떤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아이디어를 낸 한경승 소방교를 직접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지금부터 열화상 카메라의 탄생과 현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한 소방관의 열화상 카메라 아이디어, 삼성전자를 만나 꽃피우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동두천 소방서의 한경승 소방교님은 ‘보다 많은 소방관들에게 열화상 카메라가 보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말 필요한 장비지만, 워낙 고가인 탓에 보급률이 저조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저렴하고 편리한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고자 3년간 틈틈이 독학한 끝에 프로토타입을 구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단계에서 기술적인 한계에 봉착했죠.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모인 ‘이그니스’ 팀원들]
한경승 소방교님은 이에 굴하지 않고, 평소 독학하며 눈여겨봤던 블로그의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운영자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는데요. 그 운영자가 바로 삼성전자의 김윤래 님이었습니다. 김윤래 님은 멘토링 활동을 하며 만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경승 소방교님의 프로젝트에 합류했죠. 그들은 ‘팀 이그니스’를 결성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렸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개발지원금을 확보했습니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초기 버전]
팀 이그니스가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서 얻은 수확은 비단 개발지원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연구원들과 함께 T/F를 꾸려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는데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그들은 상상하던 열화상 카메라를 차근차근 구현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존의 열화상 카메라가 굉장히 무거운 장비인 점을 감안해 경량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방독면에 부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만들어 양손을 자유롭게 했죠. 성능 면에서는 시야 확보에 중점을 두고 방진, 방열, 방습 성능을 설계했는데요. 가격도 고려하여 모든 소방대원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했습니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시착 모습]
팀 이그니스와 삼성전자 C랩 연구원들은 개발 과정에서 실제 화재 현장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실습장을 찾아 훈련을 받기도 하고, 제품을 불 속에 던져보기도 하며 진지한 자세로 개발에 임했습니다. 개발에 참여했던 팀 이그니스의 한규동 학생은 “국내자료가 부족하고 부품 수입 시 규제가 많아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부분은 삼성전자의 오랜 노하우를 통해 해결하며 제작부터 포장, 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노고 끝에 무게 350g, 제작단가 50만원 수준의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죠.
■ 한경승 소방교님의 집념과 삼성전자의 사회공헌활동이 빚어낸 열화상 카메라 후일담
한경승 소방교님의 아이디어와 삼성전자의 사회공헌이 만나 빛을 본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는 전국 18개 시도에 위치한 소방서, 안전센터, 소방정대, 구조대, 테러구조대 등에 순차적으로 보급됐습니다. 그 수가 무려 1,000대에 달했는데요. 보급 이후 부천 소방서의 인명 구조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을 받는 등, 소방관들의 어둠을 밝히는 또 하나의 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사용기를 공유하는 홈페이지(ignis.kr)를 보면 현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는 감사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죠.
그렇다면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걸까요?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찍힌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은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본 장면을 촬영한 것인데요. 어둠과, 연기 속에서도 화점과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맨 위의 사진에서는 깜깜한 문 앞의 상황만이 보인다면, 밑의 사진을 통해 문 뒤의 붉은 화염까지 포착할 수 있죠. 뜨거운 것은 빨간색, 차가운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돼 구분이 용이하지 않나요?
또한 상황에 따라 열기를 흑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하얀색은 뜨거운 부분, 검정색은 차가운 부분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컬러와 흑백 타입 중 적합한 타입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소방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죠.
[화재 진압 훈련에 사용된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녹화영상]
“삼성전자의 사회공헌이 아니었으면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를 만들지 못했을 거에요.” 한경승 소방교님과의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 역시 그동안 갖고 있던 삼성전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단순히 갤럭시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이 아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따뜻한 기업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따스한 사회공헌이 계속되길 바라며, 화재 현장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밤낮으로 힘쓰는 소방관님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