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이 돌아왔습니다. 보름달이 밤하늘을 수놓는 날인데요. 우리 조상들은 첫 달의 보름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대보름을 설날만큼 길한 날로 보고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기차기, 윷놀이, 부럼깨기 등을 즐겼습니다. 또, 정월 대보름 전날에는 오곡밥 등을 함께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죠.
이러한 전통을 따라, 수원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2월 19일을 전후로 하여 다채로운 대보름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성남시청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축제에 다녀왔는데요. 추위도 잊은 채 민속놀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흥성거렸습니다. 지금부터 2019 기해년 운수대통, 만사형통 <성남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축제를 생생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사물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투호 던지기까지! 남녀노소 즐기는 <제18회 성남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지난 16일 오후, 성남시청 광장에 많은 군중들이 모였는데요. 행사 시작 전부터 흥겨운 농악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성남 농악보존협회가 준비한 ‘삼도 사물놀이’였는데요.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연주하고 계셨습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 달간 연습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공연 수준이 높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꽹과리, 장구 등을 치는 신명나는 한마당 잔치에, 사람들도 덩달아 신이 난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도 많았는데요. 가장 인기가 높았던 놀이는 연날리기였습니다. 선착순으로 꼬리연과 방패연을 500개 가량 무료로 나눠주니, 30분도 안 돼 동났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넓은 잔디광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연을 날리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추운 겨울날 바람을 맞으며 하늘 높이 연을 띄우며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투호 놀이도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투호를 두 개씩 던져서 하나라도 항아리에 골인시키면 상품을 주기 때문이었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투호 던지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순서를 기다린 뒤 도전해 보았는데요. 안타깝게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옛 조선시대 때부터 전래되어 온 궁중의 놀이를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이 참 흐뭇했습니다.
[아이가 제기를 차는 모습]
몇몇 아이들은 제기차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정월 대보름 행사 봉사활동을 나온 아이들이 잠시 짬을 내 제기를 즐겁게 차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요. 하지만 한 두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답니다. 그 옆에서 어머니들이 도전했더니 10개 가량 성공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어른들은 어떤 행사에 줄을 길게 늘어섰을까요? 바로 ‘가훈 써주기’와 ‘신년 운세보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등 의미있는 가훈을 즉석에서 써주고 있었는데요. 집안에 길한 일이 있기를 바라는 사자성어를 주고 받으며 이웃간의 정을 나눴습니다. 선조들에게서 엿볼 수 있었던 나눔의 정신이었죠.
그 옆에서는 토정비결로 신년의 운수를 점치고 있었습니다. 옛 우리 조상들은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에 토정비결로 당해의 길흉화복을 알아봤다고 하는데요. 저도 한번 그 방식대로 시험해 보니, 운수대통, 만사형통이 나왔습니다. 올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모 나와라!” 한 쪽에서는 윷놀이가 한창입니다. 윷을 던지는 아이의 눈이 아주 진지했는데요. 신중하게 던졌지만 ‘개’가 나오자 실망한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판이 있으니 실망하긴 이르겠죠? 옆에서 “잘했다!” 고 추임새를 넣으며 구경했는데요. 윷놀이는 직접 체험해도 좋지만 말판 사용에 훈수를 두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이외에도 줄넘기, 팽이치기, 소원지 쓰기, 버나돌리기, 굴렁쇠 굴리기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서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 열중해 있었습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각종 민속놀이로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답니다.
■ 화전도 먹고 줄타기 구경도 보고! 눈과 입이 즐거운 전통축제의 현장
잔칫집에 먹거리가 빠지면 안 되겠죠? 성남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축제 한편에서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떡볶이, 오뎅, 빈대떡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 있었죠. 다들 민속놀이를 즐기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는 모습이었는데요.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요리해보는 일도 인기였습니다. 한 학생은 화전(花煎) 부치기 행사에 참여해 진지하게 전을 부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분주하게 빈대떡을 만들고 있었죠.
[줄꾼이 줄을 타는 모습]
정월 대보름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궁중 줄타기와 떡메치기 아닐까요? 민속촌을 방문해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에 다들 시선을 뺏긴 모습이었는데요. 줄꾼이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튀어오르면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손에 땀이 흐르는 장면이었죠.
떡메치기 행사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TV나 영화 속의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에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났는데요. 어떤 아이는 갑자기 떡이 먹고 싶어졌는지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한바탕 웃음 속에 펼쳐진 떡메치기가 끝난 뒤에는, 미리 준비한 떡을 나눠먹으며 이웃들 간의 정을 듬뿍 나눴습니다.
선조들은 정월 대보름에 곡식으로 그 해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죠. 오곡밥을 먹으며 농사의 풍년을 바라고, 대보름 아침에는 호두, 밤, 은행 등의 부럼을 어금니로 깨며 질병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성남시청 행사에서도 부럼깨기 체험이 펼쳐졌는데요. 시민들은 한 해의 무사 안녕을 빌며 부럼을 깼습니다.
지금까지 성남시청에서 열린 제18회 성남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축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민속놀이의 다채로운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정월 대보름 행사는 성남시뿐만 아니라 수원 등 각 지자체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만큼,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떠나 올해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 해 소원을 빌며 보름달을 구경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제18회 성남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축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