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따뜻한 봄맞이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록 미세먼지가 심하다지만, 이번 봄에도 어디로 나들이를 떠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조금 더 특별한 봄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이색적인 공간을 추천해보려 합니다. 바로,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독서복합문화공간 <지혜의숲>과 활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입니다,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봄맞이 나들이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곳, 파주출판도시로 출발해볼까요?
■ 책향기가 물씬 배어나는 감성 넘치는 공간 <지혜의숲>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조성된 독서복합문화공간인데요. 비영리 재단법인에서 운영하고 있어 모든 분들에게 활짝 열려있습니다.
가치 있는 책을 한 곳에 모아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동 서재로 조성된 지혜의숲은 입구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장서량을 자랑합니다. 잠시 넋을 잃게 만들 정도죠, 국내에서 출판된 웬만한 책은 여기에 오면 전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분위기가 멋스러워 종종 방송 촬영지로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지금도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의 촬영지로 쓰이고 있답니다.
지혜의숲은 총 3가지 테마로 구분돼 있습니다. 학자, 지식인, 연구소에서 기증받은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지혜의숲 1’, 출판사가 기증한 도서를 만날 수 있는 ‘지혜의숲 2’, 마지막으로 이곳에 입주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의 로비에 마련된 ‘지혜의숲 3’입니다. 여러 시대를 거친 다양한 책들을 통해 기증자의 삶을 느껴보기도 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의 책을 읽으며 출판의 역사까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이죠.
특히 지혜의숲 2에서는 어린이 책 코너와 카페가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분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향 좋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독서를 즐기기 좋죠. 이곳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북소리 책방에서는 직접 도서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을 거닐다 보면 5인의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미술 전시회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은 그 삶 자체여서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으며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여기 우리와 함께 하는 작품들은 작가가 경험한 소소한 일상에서 얻은 희망과 사랑의 표현들이다.”라는 글귀가 참 인상 깊었는데요. 우리의 소소한 일상도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으로 인해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되고 특별한 날들이 되는 거겠죠?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작품도 둘러보며 숲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시길 바랍니다.
■ 불변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공간, 활자인쇄박물관 <활자의숲>
우리나라는 현존하는 목판인쇄물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금속활자로 찍어낸 인쇄물 중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까지 만들어낸 인쇄 강국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소장 중이라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일궈낸 활자인쇄의 역사가 바뀌는 건 아니겠죠? 파주출판도시 두 번째 방문지는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활판인쇄 역사를 만날 수 있는 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숲입니다.
활자의숲은 앞서 방문한 지혜의숲 바로 옆에 위치해 방문하기 용이합니다.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던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 문을 열었는데요. 이곳에는 100년 전 ‘3.1독립선언문’을 활판으로 찍어낸 인쇄소 ‘보성사’를 그대로 복원한 세트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방문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활자의숲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3,000원입니다. 100년이 넘은 수동 활판기를 비롯한 다양한 인쇄, 제책 장비를 보고, 체험할 수 있죠. 또한, 보성사 촬영 세트장 견학, 인쇄의 역사와 중요성에 대한 교육연구원의 해설도 준비돼 있습니다. 하루 총 4회 진행되는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책갈피나 동화책, 천자문 등에 자신의 이름을 활자로 직접 새기고, 오침제본까지 해볼 수 있습니다.
기념품 코너에는 활판인쇄와 관련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활자로 만든 도장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요. 함께 방문한 사람들과 서로의 이름을 새겨 오래도록 변치 않는 마음을 전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습니다, 금속에 새겨진 글자에서 전해지는 강직함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굳건히 지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파주출판도시의 많은 장소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지혜의숲과 활자의숲을 소개해드렸는데요. ‘한 권의 크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불리는 파주출판도시에 오면 이외에도 눈을 사로잡는 건축물과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출판과 관련된 색다른 체험까지 즐길 수 있어 더 의미 있고 특별한 공간인데요. 올 주말에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활자의숲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