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목탁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향 냄새, 더불어 푸르른 녹음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곳, 봉녕사! 새하얀 눈이 찾아온 날 도심 속에 핀 조용한 꽃 같은 봉녕사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비구니 사찰 봉녕사 속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봉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의 말사로서 광교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고려시대인 1208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하여 성창사로 불렸고, 조선시대인 1469년 혜각국사에 의해 봉녕사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봉녕사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의 경기지방경찰청 바로 앞에 위치해 찾기가 쉬운데요. 봉녕사를 찾는 이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이란 사찰의 중심인 큰 법당에 들어서기 위해 지나가는 관문인데요. 일주문 앞에서 불자들이 마음을 가다듬고 법당 쪽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반 배 한 후 세속의 번뇌를 씻고 법당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보통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거쳐 사찰로 들어가는데요. 봉녕사는 따로 천왕문이 없어 바로 경내로 들어서게 됩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이 꽤 멀었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청아한 목탁소리와 소나무가 뿜어내는 기운을 받으며 걸어가니 마음이 편해지고 경건해졌습니다.
드디어 봉녕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조용한 봉녕사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산책을 하는 것도 봉녕사를 즐기는 좋은 방법입니다.
봉녕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에 띈 것은 ‘맑은 소리의 종’ 이란 뜻을 지는 범종이 있는 범종루였습니다.
범종의 소리는 지옥중생도 듣는 순간 번뇌로부터 벗어나 보리심을 일어나게 하는 중생 교화의 큰 울림이라고 전해지는데요. 보기만해도 그 웅장한 소리의 울림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 건물은 청운당 이라고 합니다. 청운이란 높은 하늘에 보일 듯 말듯 한 푸름 구름을 의미하는데요. 사심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한 가지 목표에 매진하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스님 교수들의 연구공간,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를 건너면 대적광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적광전은 1998년에 다시 개축한 법당으로 좌측에는 약사전이, 우측에는 용화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적광전의 벽면은 정말 화려했는데요. 이는 일곱 장소에서 아홉 번의 설법이 행해지는 칠처구회의 설법장면을 화면에 그린 불화로 무형문화재인 임석환씨의 작품입니다. 또한 고운 색을 지닌 꽃무늬 창살 역시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어쩜 그렇게 색이 고운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대적광전의 우측에 자리한 용화전 안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고려시대 불상 석조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석조삼존불이는 대적광전 위쪽 언덕에 터를 닦던 도중에 출토가 된 문화재랍니다.
좌측에는 약사보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신중탱화와 현왕탱화가 있습니다.
봉녕사에는 약 800년 된 향나무도 볼 수 있는데요. 봉녕사가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이었답니다.
오래된 향나무와 더불어 봉녕사 곳곳에 있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장식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대적광전 일대의 건물들을 살펴보다 정말 아름답고 여린 우담바라를 발견했는데요. 우담바라는 부처님이나 전륜성왕이 나타날 때 핀다는 전설의 꽃으로 30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며, 꽃이 필 때면 상서로운 일이 일어난다고 전해집니다. 추운 날씨에도 소나무에 자리한 우담바라를 마주하니 앞으로의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집니다.
다시 시끄러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에게 진한여운과 감동을 남겨준 봉녕사! 도심 속에서 만나는 아담하고 조용한 봉녕사의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성스러운 전설의 꽃 우담바라도 만나고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 이번 주말에 봉녕사에서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봉녕사 찾아오는 길]